“저출산 시대, 산모 식대 정책은 잘못”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산모 식대 급여 정책’ 관련 성명서 발표
- 산모 식대 3,390원, 하루 세끼 제한은 임산부 건강 위협
- 6월 시행 예정 새 식대 급여정책 규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임산부에게는 산후조리와 모유 수유를 위한 특별 영양식을 제공하고, 그 식사량도 1일 5끼 정도 지급해야 하는 등 산모식은 일반환자들의 일반식과 크게 다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모식을 일반식과 같은 3390원, 하루 세끼로 제한하는 것은 임산부의 건강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밝히고, “임산부를 우대하는 출산장려 정책이 절실한 이 시대에 임산부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대 급여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규탄했다.
이날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모와 태아 건강 위협하는 부실정책 거부한다”“출산 장려 역행하는 식대 정책 개선하라”“산모식을 특별 영양식으로 분류하고 적정 수가를 산정하라” 등 5개 조항의 선언문을 채택했다. (아래 성명서 내용 참조)
이번 성명서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원환자 식대 급여화를 위한 환자식별 가격을 정하고 이를 6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데에 따른 것이다.
- 식대 급여화 정책 어떤 것이 문제가 됐나
그동안 병원 입원 환자의 식대를 입원비에 포함시켜 전액 본인 부담하던 것을 올 6월1일부터는 입원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식사를 4가지(일반식, 치료식, 멸균식, 분유)로 구분하고 보험을 적용하게 된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입원 환자들 보다 특별 영양식을 제공해야 하고, 산후에는 산후 회복을 돕고 수유를 촉진시키기 위해 간식을 포함하여 하루 5-6회의 식사를 산모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산모의 식대는 차별화된 정부의 식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내용과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 보건복지부 발표 내용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주장)
△ 일반식의 기본가격 3,390원 책정
- 일반 환자들은 하루 정해진 시간에 세 번 식사를 하지만 산모의 경우 분만이 밤·낮 구분 없이 이뤄지므로 산부인과에서는 항상 신선한 산모식을 준비하여 대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반식으로 규정 된 식대 비용 3,390원으로 신선하고 영양가 많은 산모식을 상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정부는 기본 3,390원에다 선택메뉴 가산 620원, 직영 가산 620원, 대형 병원의 경우 영양사나 조리사를 둘 경우 각각 550원, 500원을 가산하여 최고 5,680원을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형병원의 경우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이 적은 상황에서 (분만 병원의 월 평균 분만 건수 12건) 이 금액으로는 식사를 조리할 주방 직원의 인건비는 물론 재료비도 나오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부인과는 특히 산모의 출산이 밤낮없이 이뤄지므로 식사를 준비하는 인원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인건비가 많이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하루 세 끼로 제한
- 임산부는 영양 공급이 임신, 출산으로 소진된 체력과 건강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모유 수유를 통한 신생아의 건강에도 직결된다. 현재 산부인과에서는 산후 회복을 돕고 수유를 촉진시키기 위해 간식을 포함하여 하루 5~6회의 식사를 산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산모에게 하루 세 끼 식사 제한은 산모의 건강과 모유 수유에 의존하는 아기들의 건강도 위협하는 것이다.
△ 기본식은 본인부담 면제, 고급식은 비급여로
-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자연분만의 경우 기본식의 본인 부담금은 면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기본식의 비용으로 산모식의 질이 저하되면 산후 보양을 원하는 환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환자가 고급식을 원하여 선택하는 경우는 비급여로 전액 본인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고급식을 선택할 수 없는 산모들은 미역국의 품질까지 차별 받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산모식에 대한 별도 산정 없이 이번 정책이 강행된다면 그 피해가 특히 저소득층 임산부를 비롯한 산모들과 우리 미래의 희망인 아기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시민단체의 입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회장은 “기본적으로 입원 환자 식대를 급여화하여 환자들의 식대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그 논의과정에서 최고의 영양식이 필요한 임산부들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정부가 이제라도 산모식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산모식을 별도 분류하고, 현재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산모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특별 영양식에 해당하는 적정한 수가를 산정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 앞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4월25일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출산한 산모에 대해서는 따로 산모식으로 분류 지정하여야 하며, 두 사람의 영양이라는 것을 감안해 달라 ”“산모식의 경우 기본 세 끼에 대해서는 최소한 치료식의 2배 이상의 수가로 책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임산부 시민단체 ‘탁틴 맘’의 김유자 팀장은 “산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의료수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식사의 질”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안에 따르면, 어떤 종류의 환자든지 하루 세끼의 식대만을 지원 받게 되는 데 산모가 하루에 세끼만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불어 최고의 영양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모에게 다른 환자들와 마찬가지로 기본 가격 3390원의 식사는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by 산의회 at 2006-07-13 1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