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mm를 위한 마술집게, 뷰러
어른의 영역이던 메이크업 대신 언니의 뷰러를 몰래 쓰며 한껏 여성스러워진 눈매에 만족한 적이 있었다. 신체에 관한 최초의 성형 시도, ‘뷰러’라는 도구에 관한 뷰티 에디터의 코멘터리.


남성에게 면도기가 있다면, 여성에게는 뷰러가 있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한껏 발산해내는 뷰티 액션들.

“여자에게 뷰러란 ‘굉장한 여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도구죠. 길게 올라간 속눈썹. 남자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여자만의 특권”이라 말하는 순수의 수경 메이크업 원장의 말은 평상시 ‘섹시하게 구부러진 집게’라는 에디터의 사견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수술 도구처럼 서늘하고 괴상망측한 가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남자 포토그래퍼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것도 뷰러 없이는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습니다”라는 시세이도 교육팀 조은경 대리의 뷰러 예찬은 맹목적으로까지 들리기도 한다.



‘괴상망측한 가위가 섹시하게 구부러져 보일 만큼’ 뷰러란 놈이 친숙해진 이유는 뭘까.
뷰러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슈에무라와 시세이도로 둘 다 일본 브랜드다. 일본에서는 뷰러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어 이 두 브랜드를 포함해 대부분의 뷰러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장인이 나올 만큼 일본에서 뷰러에 관한 수요가 있었단 이야기다. 동양 여성들이 가장 성에 차지 않아 하는 뷰티 제품군 중 하나가 마스카라란 점을 보면, 속눈썹에 대한 뼛속 깊은 동양 여성들의 좌절감이 뷰러라는 것을 탄생케 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슈에무라 쪽의 설명을 참고하면, 1960년대 할리우드에 진출한 슈에무라 선생이 기존 것과는 전혀 다른 룩을 선보이기 위해 속눈썹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속눈썹이라는 영역을 새로운 메이크업의 무대로 발전시킨 것. 과장된 속눈썹을 붙여 연출한 룩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이다. 자연스럽게 속눈썹에 쓰이는 뷰티 도구에 대한 세분화 작업이 시작됐고 뷰러라는 형태의 제품이 등장한 것.

하지만 뷰러는 어디까지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프로의 도구였을 것이다. 대중적으로 속눈썹을 가꾸고 꾸민 것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민간 뷰티’라 명명해도 좋을 만한 것이었다. 머리를 뜨거운 고데기로 말 듯이 바늘이나 실핀을 라이터에 달궈 직접 속눈썹을 말아 올렸던 것. 이런 직접적인 방법은 아직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우드 스틱이나 면봉을 살짝 불에 달궈 속눈썹 끝에만 대주면 뭉친 마스카라도 없어지고 한 올씩 심은 듯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눈꺼풀이 속눈썹 고데를 하며 데여나갔는지 모른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0년대에 드디어 뷰러라는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뷰티 도구가 대중화하기 시작한다. 저렴한 플라스틱 집게 형태가 유행하다 이제는 대부분의 한국 여성이 스틸 소재의 강력한 뷰러를 사용하게 됐다. 한국 여성의 화장대 위에서는 거의 면봉이나 화장 솜 같은 뷰티 필수품이 된 셈.



여기서 잠깐, 평균 속눈썹 길이가 5.86mm라는 한국 여성들에게 뷰러는 어떤 모던하고 현대적이며 트렌디한 느낌을 주는 뷰티 도구라는 이미지가 이미 퇴색한 지 오래인데, 평균 속눈썹 길이 10mm라는 서양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비교문화론적인 이런 연구가 안타깝게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살짝 엿볼 수는 있다.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의 텃세 부리는 선배 비서 에밀리가 그녀의 동료 비서에게 신입 비서 앤드리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뷰러로 눈썹을 컬링하고 있을 때 앤드리아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며 그 유명한 ‘슈에무라 아이래시 컬러’도 모르는 촌스러운 아이라고 흉보는 장면이 나온다. 극 중반이 넘어가면서 앤드리아가 패션지의 잘나가는 비서가 되는 장면에서는 도도하게 뷰러를 사용하며 패션 매거진에 제대로 적응한 그녀의 모습이 비교되듯 이어진다. 즉, 뉴욕 정도나 되는 곳에서 트렌드세터가 사용하는 그럴싸한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이라는 의미. 서양인들에게는 특별하고 신경 좀 쓴다는 그룹들이 쓰는 뷰티 도구로 인식되는 반면, 동양 여성들에게는 고등학생들의 파우치에서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비 뷰티 도구’로 바뀐다. 동양인들에게는 이 짧고 굵은 속눈썹을 이겨내겠다는 뜨거운 욕망이 이 차가우면서도 섹시하게 구부러진 ‘뷰러’란 녀석에게 가득 채워진 것이다.

동양인들이 없었다면 화이트닝이란 영역은 뷰티를 생각할 수 없듯, 마찬가지로 납작하고, 볼록하고, 짧고, 길고, 두툼한 뷰러의 집게 부위를 장인 정신까지 살려가며 만들어낸 것 역시 동양 여성들의 5.86mm 속눈썹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고 우아한 눈매를 향한 동양 여성들의 끝 모를 욕망이 이 아름다운 마술 집게를 어느 영역까지 끌고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뷰러, 레드 카펫을 위한 골든 뷰러, 컬링 능력을 향상시킨 히팅 뷰러까지 뷰러의 변형은 곧 동양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변화라 이해해도 좋지 않을까.

<저작권자(c) M&B, 출처: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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